영화는 벗은 남녀의 몸으로 시작하지만 정사를 하는 그녀는 마치 고무인형과 같다. 무감한 정사가 어떤 느낌인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전하고 난 뒤, 이야기는 혼자 남은 여자의 내면을 훑는다. 이제 그녀의 손놀림, 눈길, 동작 하나하나가 절절히 사무친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으며, 투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벽이 그녀를 가로막고 있다. 여자는 지하철에서 낯선 사내의 눈길과 마주치고, 그도 그리고 그녀도 쉽게 그 눈길을 떨치지 못한다. 하지만 곪은 종기와 같은 내면의 고통이 바라고 있었던 것은 자신을 터뜨려 줄 고정된 그 시선이었을지도. 절제된 대사와 배우 잔느 발리바르의 정제된 연기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으로 묘한 동조감을 구축한다. (구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