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의 성기를 모두 지닌 사방지(이혜영). 김씨 가문의 과부 며느리인 이씨(방희)와 그녀의 몸종이 된 사방지는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주위의 시샘과 신분 차이 등으로 인해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한다. 사방지는 안방 마님과 기생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외로운 여성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남성 성기를 자름으로써 스스로의 운명을 거부하고, 이씨는 목을 매어 자살한다.
 위는 계집, 아랫도리는 사내, 암수한몸을 지닌 달팽이의 혼을 받고 태어난 자로 묘사되는 사방지는 양성구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배우의 연기와 여성 복장을 통해서 시각적으로는 여성으로 표현되는 그/그녀가 여성들에게 제공하는 성적 쾌락은 남성적인 것으로 의미화됨으로써, 그/그녀와 다른 여성들간의 사랑과 섹스는 적절한 이름을 부여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더구나 양반 가문의 과부와 첩, 내시의 아내 등, 전통 사회 내에서 권력은 갖고 있지만 성적 욕망은 철저하게 부정당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그/그녀가 성 매매를 하고 또 그들을 성적으로 지배한다는 내용은 모호한 성 정체성과 성적 능동성을 통해서 그/그녀가 억압적이고 위계화된 사회와 벌이는 또 다른 전쟁을 보여 준다. (주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