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생하고 시각적으로 강렬한 다큐멘터리는 남 아시아에서 여아들을 대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근친상간적인 성 오용(학대)에 관한 것이다. 그레이스 푸어는 자신의 경험에서부터 출발해 수년간에 걸쳐 ‘남 아시아의 근친상간적인 여아 성 오용’에 대한 대항 운동과 저술 활동을 해 왔다. 이 <희생된 아이들>은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에서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 제작된 것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 오용은 특정 지역에 제한 없이 모든 문화와 인종을 가로질러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며 여아뿐만 아니라 남아들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생된 아이들>이 남 아시아 지역에서의 여아 성 오용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남 아시아적 가부장제의 문화적 종교적 특수성들이 배타적으로 여아들을 대상으로 한 근친상간적 성 오용과 밀접하게 관계 맺고 있기 때문이며 이 지역에서의 신화들과 침묵들에 맞서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남 아시아의 가부장제가 여아(성)에게 부과하는 맏딸로서의 의무감,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 복종 등은 성 착취의 대상이 된 여성들로 하여금 침묵을 강요하며 생존을 위협하는 심리적 외상을 남긴다. 그러나 그레이스 푸어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언어화하고 여성 억압적인 사회구조를 인식함으로써 생존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이 영화에서 근친상간적인 성 착취의 대상이 되었던 여성들을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라고 호명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권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