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와 지타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학교에서 일찍 하교한 날 그들만의 짧은 여정을 떠난다. 그 후 지타는 다음 날로 예정되어 있는 라다의 가족사진 촬영에 라다의 어머니가 입을 사리를 위해서 자신의 어머니의 사리를 훔쳐 전달해 주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지타는 라다에게 예비되어 있는 비극을 미처 예측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인도 소녀판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 할 만한 <사리>는 어느 날 소녀들이 감행한 짧은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목격한 사람들과 사건들,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풀어 내는 상상적인 이야기들과 거짓말 등을 통해서 성장기 소녀들이 삶에 대해 가지고 있는 호기심과 불안감, 그리고 환상 등을 펼쳐 놓는다.
 라다와 지타의 투명하고 순수한 우정과 선한 의도만큼이나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는 소박하고 겸손한 영화적 형식 속에서, <사리>는 인도에서 소녀가 성장한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소리 낮추어 겸허하게 질문하고 있다. 모든 것을 생성시키는 상상 속의 ‘마술 사리’가 어머니의 운구를 감싸게 되는 ‘현실의 사리’와 대비될 때, <사리>는 인도에서 소녀가 성장한다는 것은 곧 환상들을 상실해 가는 과정에 다름 아님을 쓸쓸하게 암시한다. (권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