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의 사전적 의미는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과부로, 심지어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다. 힌국 최초의 여성감독인 박남옥 감독의 첫 영화이자 마지막 영화인 〈미망인〉은 바로 전후 가난한 모녀의 현실을 담은 영화이자 ‘위험한 여성’으로 치부되는 전쟁 과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초의 여성감독이 만든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무력하고 주변화되어 있는 남성들에 비해 여성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대단히 입체적이고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모녀가족의 가장으로서 생존을 위해 상처와 모욕 너머 확보한 여성의 노동을 통한 여성 주체에 의미 부여를 한 것은 당시 시대정신과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 비록 전직 투포환 선수라지만 ‘출산한 몸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아이를 들쳐 업고 스태프들의 식사 당번은 물론, 조명기를 들다가 레디고를 외치며 제작한 필름을 새해 벽두에 여자들이 들락거리면 재수 없다는 녹음기사를 설득하여 녹음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완성하고 보니 한복 치맛단이 다 떨어져 나갔다’는 처절하고 절박한 후일담은 영화 속 여주인공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이민자를 포함한 친분을 활용한 캐스팅은 물론 전창근, 홍은원 등의 도움과 함께 언니가 지원하는 제작비를 ‘자매영화사’라는 크레딧으로 보여주는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한 영화는 이후 ‘미망인’을 등장시킨 수많은 한국영화와 이 영화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여성을 ‘위험한 여성’ 혹은 희생적 여성이라는 이분법의 선택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과 모성의 갈림길에 선 여성이 주체적인 선택을 해나가는 고뇌 어린 현실을 파토스 담긴 시선으로 지켜보는 1950년대 여성의 어떤 초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필름 보관상태로 인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유실되고 사운드 일부가 재생되지 않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나 당시 시대적인 상황, 여성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을 예리하게 포착해 내는 박남옥 감독의 연출력만큼은 놓칠 수 없을 것이다. [변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