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타-툴레 시 감독의 장편 데뷔작. 세네갈의 자연을 담아내는 영상미가 탁월하다. 세네갈 북부의 외딴 마을에 사는 바넬과 아다마는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는 젊은 부부다. 두 사람의 세상에는 서로만이 존재한다. 둘은 10대 초반에 사랑에 빠졌고 지금은 부부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바넬은 부족장이었던 아다마의 형과 결혼해야 했고, 그가 죽은 뒤에 아다마는 바넬과 결혼할 수 있었다. 이런 행동은 부족의 장로들에게 명예로운 행동으로 환영받지만, 장로들은 이제 아다마가 부족장이 되기를 요구한다. 아다마는 그러한 요구를 거절하고, 바넬이 임신하지 않는 것 역시 논란이 된다. 마을에 비가 내리지 않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바넬에 마을 사람들의 불만도 점점 높아진다. 전통을 이어가는 공동체와 그 안에서의 여성의 위치, 기후 위기를 직면하게 하는 환경적 요소 등을 아프리카의 광활한 아름다움 속에서 천천히 펼쳐 보인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공동체의 질서 안에서 갈등을 겪을 때, 선택의 여지를 인정하지 않는 연장자들의 요구가 두 사람의 맞잡은 손을 떼어놓으려고 할 때 아름다운 영상이 차근차근 쌓아 올린 서정은 돌연 폭발의 기미를 맞이한다. 제76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이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