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느 딜망〉은 브뤼셀에 거주하는 중산층 주부이자 어머니이며 시간제 성매매 종사자인 잔느 딜망의 지극히 예사로운, 그러나 종국에는 예사롭지만은 않은 3일을 담고 있다. 카메라는 집 내부의 복도, 방, 부엌, 거실, 욕실 등을 오가며 촘촘히 짜인 반복적 일과를 수행하는 그녀의 행위들을 그저 긴 시간 동안, 그러나 확고부동하게 응시한다. 감자껍질 벗기기와 밀가루 반죽 치대기 같은, 지금껏 영화의 재현 영역에 진입한 적이 없던 가사노동을 영화의 의미 영역으로, 예술의 중앙으로 이동시켜 놓은 것은 혁신적인 페미니스트적 전환이다.
샹탈 아커만은 그녀의 표식이라 할 고정된 카메라와 시간적 지속을 주축으로 한 미니멀리즘적 형식과 희박한 서사를 가지고, 반복적인 가정 내 몸짓의 표피 속에 미묘한 차이들을 새겨감으로써 가부장제 자본주의하에서의 여성 억압이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돌출하는 한 지점으로 나아간다. 7분간 지속되는 마지막 쇼트에서 관객들은 잔느 딜망의 얼굴을 마주한 채 지난 3일과 돌발적 사건 간의 관계와 그 의미를 되새김질해야 한다. 우리는 〈잔느 딜망〉에서 페미니스트 정치학의 급진성과 미학적 급진성이 한 여성 예술가에게서 행복하게 조우했던 역사적 한 순간을 맞이한다. [권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