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와 송나미는 박채린이 주도한 학교폭력의 피해자다. 채린이 서울로 떠난 이후에도 이들의 피해는 여전하다. 결국 수학여행 대신 자살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선우와 나미. 나미는 죽음 앞에서 채린의 행복한 서울 생활을 알게 되어 분노하고, 자살 전에 채린의 인생에 스크래치를 내기로 한다. 그러나 막상 마주한 채린이 이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하자 망설이게 된다. 채린은 죗값을 치르고 낙원으로 가겠다며, 선우와 나미에게 용서를 요청한다.
이를 기점으로 영화는 선우, 나미, 채린의 성장배경과 인간관계에 관한 미시 서사에서 구원에 관한 종교적 물음과 사이비 종교가 제시하는 허상(虛想)을 담론으로 하는 거대 서사로 나아간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사람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해야만 하는 당위와, 사람을 특정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사용하는 악행을 구별해 낼 수 있는 혜안은 단 한 번에 떠지는 것이 아님을 그려낸다. 선우와 나미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의 분열과 충돌의 여러 과정을 겪으며 통찰력의 힘을 키워나가고, 불가능해 보이는 화해와 연대의 가능성으로 한발 더 나아간다. ‘지옥만세’의 역설에 “오키! 오키!”로 수긍하게 하는 연기와 연출. [홍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