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구하기〉의 외피는 우울한 학창 시절의 기록이다. 홍다예 감독은 십 대에 몸소 겪었던 내밀한 상처들을 노출하며 과격한 일기장을 써 내려간다. 제도권 교육에서 부딪히는 입시 고충, 부모와의 대립을 지나면, 〈잠자리 구하기〉는 오히려 고3 이후의 시간에 더 집중한다. 스물이 되어 허물어진 학교는 동시에 친구들의 존재(감)까지 희미하게 지워버린다. 〈잠자리 구하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사적 경험을 거칠게 담아낸다는 사실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개인이 성장하며 겪는 우정의 (무)쓸모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점 때문이다. 달리 말해, 나-개인이라는 ‘사건’에 비집고 들어선(또는 급격히 사라진) 친구-타자라는 또 다른 사건. 이와 우리는 어떻게 수용 또는 불화할 수 있을까?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나? 혹은, 그들은 정말 나의 친구였던가? 도리어 그래서, 영화 내내 ‘나’로 발화하는 홍다예 감독은 고립된 자아라기보다 친구들과 연루된 주변부적 자리에서 흔들거리는 인물로 보인다. 〈잠자리 구하기〉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계속해서 카메라의 시간을 지속시키며 친구들의 안부를 묻는다. 심지어 그가 답하지 않을 때조차. [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