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방에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한 남자는 그런 그의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사랑한다.
젊은 치과의사 스즈메는 회식에 참석하지 못할 만큼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환자들을 대하는 것도 쉽지 않은 그는 매일 아침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차트를 보고 환자에게 할 말을 미리 연습할 정도이다. 이 어리숙한 치과의사는 퇴근 후 홀로 끼니를 때우고 집으로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스즈메는 나이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여성 미야코를 만난다. 타인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그이지만 그녀와는 특별히 잘 통한다고 느끼는데, 식물로 뒤덮인 미야코의 방은 마치 두 사람을 위한 온실처럼 보인다. 문제는 미야코의 방이 늘 열려있다는 점이다. 누구든 드나들 수 있는 이곳은 스즈메만을 위한 곳이 아니며, 그녀와 함께할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는 점점 괴로워한다. 신비스러운 공간 미장셴과 미야코와 스즈메의 느린 호흡은 이 영화만의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기승전결보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포착하는 데 집중하는 작품으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각본가 이토 지히로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배동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