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타계한 카밀 빌롭스는, 반려자 제임스 해치와 함께 ‘블랙 디아스포라’를 시각 예술로 조명하려 평생을 헌신했다. 자신의 자매인 빌리와 그의 딸 수잰이 등장하는 <수잰, 수잰>, 20년 전에 입양 보낸 친딸과의 재회를 다루는 <파인딩 크리스타 Finding Christa>(1991) 등 빌롭스의 ‘가족영화’ 연작은, 개별 여성들의 생애사 채록에 머물지 않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동체의 공통 기억을 구축한다. 빌롭스는 자신이 제작한 영화 대부분을 ‘제3세계 뉴스릴’을 통해 배급했다. 베트남전에 온 힘을 다해 저항하던 영화인들이 1967년 말 ‘뉴스릴’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한 이래, ‘제3세계 뉴스릴’은 흑표범당 등을 지원하고 북미 여성 운동과 디아스포라의 현황을 톺는 영화를 만들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독립영화 배급 및 작가 지원을 자임해 왔다.
가정 폭력과 약물 중독 생존자인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 수잰의 현전을 기록하는 <수잰, 수잰>은, 시각적 주체와 객체의 지위를 (재)생산하는 숏-리버스 숏의 영화 문법에서 벗어나며 수잰을 비로소 해방한다. 수잰에게 향하는 폭력을 방조했으나 또 한 명의 희생자이기도 했던 어머니와 소통하는 길도 이렇게 열린다. [신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