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외곽의 여자 기숙학교에 영국 소녀 올리비아가 전학을 오며 일어나는 사랑과 정치에 관한 영화 <올리비아>는 목가적인 풍경과 장식적인 세트 그리고 의상과 함께 여성 주도의 내러티브를 전개한다. 1944년 프랑스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던 변혁의 시기, 당대의 여성 감독이 전무하다 싶은 상황에서 자매인 콜레트의 소설을 영화화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자클린 오드리의 다섯 번째 작품인 <올리비아>는 원작 소설의 작가인 도로시 스트레이치의 필명을 제목으로 한 여성에 의해 쓰이고, 여성에 의해 각색되고, 여성에 의해 연출된 여성에 관한 영화이다. 영화의 소녀들은 아버지의 규범도, 어머니의 규율도 없이 완벽한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며, 문학과 글쓰기를 통해 자신들의 교양과 지식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워 간다. 원형적인 세트의 쏟아질 것처럼 위태로운 나선형의 계단, 실크 캐노피와 디저트 크림처럼 생기롭고 부드러운 표면 아래 불길하고도 압도적인 기숙사의 비밀스러운 낮과 밤이 영화에 있다. 영화에서 남성들은 부재하고, 그들은 등장하더라도 그림자와 같은 추상적인 영역으로 남을 뿐이다. 여성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감각적인 로맨스의 육체적, 정신적 접촉에는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없으며, 소녀들은 성적으로도, 관음적으로도 묘사되지 않는다. [A, 『HAEP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