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강은 흘러라>는 맑아지고 넓어지고 싶은 마음, 다시 돌아온 이를 두 팔 벌려 안아주고 싶은 마음, 사랑스러운 이들과 같이 있고 싶고 뭐든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중국 길림성 조선족 제2고중학교는 청년기의 문턱을 밟은 아이들이 저마다의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곳이다. 누군가는 훌쩍 자취를 감추고, 누군가는 담배를 피우며, 또 누군가는 멋진 오토바이와 핸드폰 갖길 꿈꾼다. 그러니까, 이곳이 마냥 천진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워진 관념의 공간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예리의 두 번째 장편 주연작이기도 한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삶을 버티는 힘이다. 이제 와 돌이켜 보니 그 점이 더욱 눈에 띈다. 얼핏 영화의 순수를 방어하는 자리에 있는 듯 기억됐던 한예리의 얼굴은 실은 생의 기운을 잇고 주변에 끊임없이 반응하며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역동적 이미지였다. 쉽게 무기력해지고 동무들과 함께 있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에서도, 남을 탓하지 않고 매일 노력하는 물방울처럼 돌멩이처럼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비 오는 날 가만히 춤을 추고, 시를 읽다가 왈칵 울어버리는 숙이(한예리)는 그럴 수 있다며 조용히 우리를 다독인다. [손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