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강수연은 성인이 되던 해 <고래사냥2>(배창호, 1985)에 출연하며 성인 연기자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그다음 해 출연한 <씨받이>(임권택, 1986)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주연상을 받으면서 한국영화 최초의 해외 영화제 연기상을 받게 된다. 같은 해 출연한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가 크게 흥행하면서, 강수연은 대중성과 연기력 모두를 갖춘 명실상부 당대 최고 영향력을 가진 배우가 되었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는 그렇게 건설된 배우 강수연 경력의 정점에 있는 영화로,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압도하는 것은 그의 존재감과 아우라다. 영화의 원작소설은 1980~90년대 한국 문학과 영화에서 주를 이뤘던, 미숙하거나 역사적 트라우마로 훼손된 남성성의 여성과의 성적인 관계를 통한 재남성화(를 향한 여정)라는 주제를 벗어나지 않지만, 영화는 배우 강수연으로부터 다른 활력을 얻는다. 영화는 강수연의 뒷모습과 그의 시점 숏을 연이어 보여 준 후, 대담하게 앞을 바라보는 시선과 옅은 미소를 리버스 숏으로 제시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순서를 정확히 거꾸로 반복하며 영화는 끝난다. 강수연은 시종일관 똑바로 바라보기와 관조의 미소를 유지한다. 이렇게 그는 재남성화라는 당대 한국영화의 거대한 서사에 연루되면서도 거리를 두고, 그 실패를 필연화한다. [황미요조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