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분노>는 시리즈를 두 시간에 압축시켜 놓은 것처럼 빠르고 극단적이다. 스마트폰은커녕 전화도 사용하지 않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상대와 무언가를 주고받으려면 직접 만나는 수밖에 없다. 몸과 몸이 직접 부딪히는 행위 외에는 힘이 없다. 손으로 쓴 편지는 표류한다. 폭력과 섹스, 욕망과 애착이 뒤엉킨 이 세계에서 반복되는 대사가 하나 있다.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체 ‘무엇’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걸까? ‘나’가 여자인지 남자인지조차 몸이 거짓말할 때가 있는데. 아니면 ‘여자’, ‘남자’라는 단어에 문제가 있는 걸까? 두샤오펑은 류이제의 경계를 부수고 멍예는 두샤오펑의 경계를 부순다. 영화는 내가 ‘나’의 성애를 ‘동성애’로 규정했을 때 ‘동성애’라는 단어가 품을 수 있는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그 경계가 정말 ‘나’의 욕망을 충분히 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동시에 ‘몸’을 따라 경계를 벗어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만든다. 후반부 멍예의 부토 춤을 보며 이곳에 속하지 못한, 또는 존재하지만 설명할 말이 없어 존재하지 못하는 유령을 떠올리게 된다. 고통스럽게 울부짖던 유령은 결국 자신이 본래 속했던 곳으로 돌아와 몸을 파괴하는구나, 하고. [유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