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카메라를 잡은 야스민이 찍은 초점이 나간 클립들을 영화는 춤을 추듯이 흔들린다고 표현한다. 이처럼 <섬이없는지도>는 이 땅에 남아 있는 혐오와 배제 앞에서 따스하게 싸워 낸다. 제주를 떠나기 전 야스민은 감독에게 작별 인사를 영상으로 남기고 이는 영화의 오프닝으로 자리 잡는다. 작별은 시간상 마지막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시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섬이없는지도>는 묵묵한 신뢰의 몸짓으로 이야기를 감각해 내며 풀어낸다. 푼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해결이 아닌 마음껏 기억하는 것, 기리는 것, 외치는 것, 춤을 추는 것, 멋지게 노래하는 것, 내가 지키고자 하는 땅에 귀여운 스티커를 붙이는 것, 높고 딱딱한 벽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 그리고 남겨진 바닥에 서로 다른 물감들이 한곳에 만나 형형색색을 이루는 것. 그리고 그 자체를 응시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해 싸울 수 있다고 따스한 시선을 보낸다. 답이 필요한 일일지라도 우리가 모여 할 수 있는 것 앞에서 우리가 우리를 바라보는 일. 이는 비선형적인 무한한 세계를 단숨에 엮어 버리기도 한다. 내가 태어났다고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닌 내가 태어나서 살기를 원하는 곳으로 향한다는 것에 대한 의지. 영화는 그런 권리와 마음들을 줄곧 응원하고 있다. [이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