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하늘로 날아오르는 체험은 인간 중에는 남성 건축가이자 발명가, 조각가였던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에게만 허락된 것이었다. 한편, 1928년에 대서양을 횡단한 첫 여성 비행사였으며 1937년 태평양 상공에서 실종된 아멜리아 이어하트의 목소리와 더불어 그의 북아일랜드 착륙을 목격한 갤러거 부인의 1935년 인터뷰를 들려주는 이 영화는, 아멜리아가 맞닥뜨렸을 창공과 구름도 보여 준다. 그가 실제로 보았으리라 우리가 상상하는 이 이미지들은, 비행기 조종간을 잡거나 카메라를 작동시킨 손이 노동한 결과물이다.
공중 촬영한 전쟁기록물 아카이브를 재활용하며 이미지의 교육학을 주창한 하룬 파로키에 따르면, 눈의 지각은 손의 감각으로 이동하며 눈이 상상하는 것을 손이 행한다. 인간이 노동과 놀이, (영화를 비롯한) 예술을 영위할 수 있게 한 동력도 눈과 손의 관계에서 나왔다. 남성들이 주도한 세계사에서 눈과 손의 연결이 (비행의 역사처럼) 전쟁으로 곧잘 이어졌다면, 전시를 방불케 하는 팬데믹 사태에 처한 글래스고 여성들의 손은 생업과 돌봄 노동, 창작 행위 따위로 여전히 분주하다.
구호센터, 병원, 식품점, 사무실, 가정에서 물류와 의료기구, 컴퓨터, 재봉틀, 빨랫감, 가재도구를 쥐고 노동하는 여성, 사진을 현상하거나 저글링을 훈련하는 여성, 노동자 연대의 역사를 노래하는 여성들의 손과 얼굴, 몸을, 영화는 (핸드헬드로 촬영하는 스태프의 모습을 포함하여) 아리 C2 35mm 필름 카메라로 기록한다. 이들이 수행하는 노동과 그 조건을 새기며 은폐되어 온 노동 담론의 시각적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영화는, 임노동 영역에 속하지 않는 탓에 더욱 홀대받아 온 전업 가사 노동자들과 시리아 출신 쿠르드계 난민 음악가의 손과 몸짓, 목소리, 삶까지 이어 내며 당대 여성들의 존엄한 현존을 증언한다. [신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