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쇼언브런의 <우리는 모두 월드 페어로 간다>는 호러 팬들에게는 <캔디맨>(1992)으로 익숙한 ‘블러디 메리’ 도시 전설의 변형으로 시작한다. 온라인에 접속해 카메라 앞에서 ‘우리는 모두 월드 페어로 간다’를 네 번 말하고 자기 피를 모니터에 바르면 무슨 일인가가 일어날 것이다. 다락방을 떠날 줄 모르는 외로운 여자아이 케이시는 이 게임에 참가하고 보는 사람 얼마 없는 동영상 채널에서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을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변화를 기록해 간다. 그리고 캐시의 채널을 지켜보고 있던 어떤 중년 남자가 접근해 온다.
이 정도 설정이면 요새 지나치게 많다고 느껴지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호러로 여겨질 수 있다. 영화는 80퍼센트 정도가 온라인 동영상으로 구성되어 있고 종종 오싹한 장면이 없는 것도 아니니 아주 틀린 짐작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장르화된 자극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외로운 청소년이 겪는 고립감과 불안과 혼란의 정교하고 서글픈 묘사이다. 그리고 쇼언브런이 논바이너리로 정체화한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고 본다면 케이시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또 다른 겹이 보인다. [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