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하파살로의 핀란드영화 <걸스 걸스 걸스>는 밈미와 룅쾨라는 두 단짝 친구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룅쾨는 이성애자지만 밈미는 아니고, 성적 지향성의 차이는 두 사람의 우정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밈미는 슬럼프를 겪는 피겨 스케이트 선수 엠마와 연애를 시작하고, 룅쾨는 지금까지 제대로 누려 본 적이 없는 성적 쾌락을 찾는 모험에 나선다. 그리고 몇몇 관객들의 공감성 수치를 자극할 수 있는 소동이 벌어진다.
최근에 만들어지는 많은 청소년 소재의 영화들이 그렇듯 <걸스 걸스 걸스>도 성적 지향성에 대한 일차적인 고민은 일단 건너뛰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밈미와 엠마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인가, 이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로 이어지는 커밍아웃 드라마의 과정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지금까지 이성애자들이 당연히 독점해 왔던, ‘사랑하는 사람의 삶에 자신이 방해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보편적인 주제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영화가 동성애보다 더 도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룅쾨의 이야기이다. <걸스 걸스 걸스>는 주인공으로 삼은 캐릭터의 무성애 가능성을 별다른 강요 없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제시하는 드문 영화이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세상을 이루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따라잡고 있다. [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