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는 외젠과 독립 라디오 방송을 하는 콩스탕스, 두 사람은 연인 사이다. 그들의 친구이자 거리의 방랑자인 베아트리스가 주운 핸드폰 때문에 그들은 비밀 혁명 조직을 이끄는 라울과 엮이게 된다. 라울의 성은 드보르이고, 그것은 유명한 상황주의자 기 드보르의 이름으로부터 따온 것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된 기록영상 푸티지들과 몇몇의 내레이션 역시 상황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상황주의가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고 들린다. 한편, 라울을 제외한 주인공들 각각이 각본을 쓴 세 사람의 성을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감독과 각본가의 삶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제목에도 쓰인 ‘라디오’와 함께 ‘전화’는 이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한다. 사운드 등을 통해 영화의 외피를 감싸고 있는 것이 라디오라는 사물이라면, 영화 내부에서 끊임없는 교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전화기다. 인물들은 전화기에 대해 혐오감을 표하고 더 나아가 전화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까지 하지만, 전화를 통해 쇼트 안으로 들어온다. 사물들이 인물들을 추동한다. [함연선, 『마테리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