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에 이 오 우 – 사랑의 빠른 철자법>은 중년의 여성과 젊은 남성 간의 사랑이라는 제법 익숙한 영화적 소재를 다룬다. 아나는 한때 잘 나가는 배우였으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변변한 일거리도 구하기 어렵다. 그에게 연기 레슨을 받으러 온 아드리안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두 사람의 교감은 발성의 첫 단계인 모음 ‘A’를 배우는 순간 시작된다. 둘의 이름이 모두 알파벳 ‘A’로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운명 같은 사랑이 쉽게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이 사랑을 어렵게 하는 것은 영화 속에 산재한 시선이다. 아나의 아랫집 남자이자 오랜 친구인 미셸은 아나를 찾아오는 아드리안을 불편한 듯 지켜본다. 여행지에서 만난 형사는 아나에게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는다. 자살한 아나의 남편마저 보이지 않는 유령이 되어 자신의 물건을 옷장 속에 그러모으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영화는 이들의 시선을 보여 주기 위해 인물들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섬세하게 잡아낸다. 물론 이런 시선을 느끼는 것은 아나의 몫이다. 그러나 아나는 무력하게 있기보다 자신을 향한 시선에 적절한 연기의 수행과 시선의 되갚음을 통해 응수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특별한 매력이다. [배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