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꾸로 건너뛰면서 진행되는 이 작품에는 재능 있는 여성이 왜 일상의 영역에서 좌절을 경험하는지, 그리고 시스터후드가 그러한 상황을 구원해 줄 가능성은 없는지를 보여 준다. 1986년의 영화이지만,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정상 가족이라는 오래된 구조 속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경제적이고 권력적인 체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심지어 이렇게 십 대 여성의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밟히는 것마저도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하다.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시간을 뒤로 돌리는 작품의 흐름은 더욱 유효하며,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보는 사람은 안타까움을 지닐 수밖에 없다. 영화 속 등장하는 남성은 부정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과장이 아닌 현실이다. 장면으로만 놓고 보면 건조하지만 밝아 보이는 영화의 후반부는 전반부의 흐름을 이미 겪은 관객에게는 더욱 한숨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86년에 호주에서 TV를 통해 공개된 이 작품은 제인 캠피언의 첫 번째 장편 영화이자 칸영화제 상영작이며, 여성의 시선으로 십 대 여성의 우정과 관계, 이들이 처한 환경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켈리의 모습이 변화하는 것과 펑크 룩의 비주얼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각자가 돌아본 십 대의 모습과 지금 사회 속 십 대는 어떠한지를 함께 생각해보면 더욱 의미 있는 감상이 될 것 같다. 제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 상영된 바가 있어 더욱 의미가 있는 작품.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