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1년 처음 개최된 이래 지금껏 16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승마 대회 멜버른 컵. 이 영화는 멜버른 컵 사상 115년 만에 등장한 여성 우승자 미셸 페인에 대한 영화다. 복잡한 미학이나 정치학의 기획을 바탕에 두고 접근한 영화가 아닌 탓에 정교한 해석이 필요하거나 해체해서 읽어야 하는 종류의 텍스트는 아니다. 유대감이 강한 열 남매, 그 가운데 여덟 명이 기수가 된 가족. 역시 기수가 되고 싶은 막내딸과 그런 딸을 후원하는 아버지, 그리고 막내딸의 좌절에 이은 승리, 라는 마치 할리우드의 가족 드라마와도 같은 흐름을 따라 진행된다. 소재 자체가 여성의 작은 승리를 증명하는 실화이며 자기 권한 부여의 서사인 것에 더해 영화 제작의 주요 부문을 여자 스태프들이 맡은 이 영화는 호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영화 산업 성평등 프로젝트인 ‘젠더 매터스’의 스토리 펀딩 지원을 받은 장편영화가 되었다. 게다가 영화의 소재가 경마, 기수, 경기마 사이의 관계에 집중되다 보니 자칫 연출 과정에서 동물 학대의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세심히 염두에 두고서 제작된 영화로 영화 산업의 젠더 재구성에 있어, 인간, 동물 관계에 있어, 여성주의적 소재의 측면에 있어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 가운데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이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