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화를 ‘본다’. 각자의 방식으로. 어떤 이는 모든 장면을 소리로 듣고, 어떤 이는 모든 소리를 자막으로 읽는다. 그렇게 영화는 스크린 앞에 모인 이들의 마음을 잇는다. 2017년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연출한 <빛나는>은 문화 장벽을 허물고 ‘따로 또 같이’ 보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제70회 칸영화제에서 에큐메니컬상을 받은 이 영화는, 시력을 잃어 가는 사진가 나카모리와 초보 화면 해설 작가 미사코의 이야기이다. 나카모리는 빛이 사라진 암담한 현실을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렵고, 미사코는 오래전에 사라진 아버지를 떠올리며 여전히 괴로워한다. 배리어프리 영화 모니터링 모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장애와 비장애의 간극을 느끼며 예민하게 부딪친다. 하지만 이들은 상실의 경험을 공유하며 서서히 가까워지고, 끝내 서로에게 한 줌의 빛이 된다. 한편 <빛나는>에서는 화면 해설 대본 작업 과정이 상세히 묘사되는데, 이를 살펴보다 보면 이 영화의 배리어프리 버전 제작 과정도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배리어프리 버전은 장건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최유화가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감정선을 섬세하게 살린 세심한 연출과 차분한 내레이션이 극에 몰입감을 더한다. 그 덕분에 관객은 ‘어떤 방식으로 감상하든’ 극 중 대사처럼 “단순히 화면을 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넓은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영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