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스스로가 ‘영화 운동 속에서 선구적인 여성’인 하네다 스미코는 고령이 된 일본의 ‘노동 운동 속에서 선구적인 여성들’, 즉 야마노우치 미나, 단노 세쓰, 후쿠나가 미사오, 나베야마 우타코, 오타케 히토코의 증언을 기록한다. 오래전 그들은 노동자로서, 학생으로서, 누군가의 부인이나 딸로서 노동 해방이 여성 해방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을 습득하고 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그들이 언뜻 혹은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운동사 연구자 이시도 기요토모가 분석한 것처럼, 노동 운동과 여성 운동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그들은 결혼과 더불어 가정 내에 머물거나 활동을 제한받았고 (공산주의자이면서도) 생계를 위해 패션모델로 일하거나 가족을 위해 임금을 양보했다. 노동 운동 내부에서 부차적 역할만 주어졌고 남성들의 위선적인 “멸시”를 받으면서도 “혁명을 위해” 감내했다. 그들 중 유일하게 ‘여공’ 출신인 83세의 야마노우치가 주위에 매일 공산당 기관지를 나눠 주는 장면을, 카메라 고장을 인지했음도 “굳이 계속 촬영했다”는 감독은 덴노, 야마노우치, 후쿠나가가 세상을 떠나고 소련이 붕괴한 이후에야 어떤 망설임을 거두고 14년 만에 영화를 완성한다. 그리고 “이걸로 그들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 자문한다. 선구적인 여성들이 싸웠던 대상이 악착스럽게 남아있는 한, 여전히 이러저러한 것 ‘속에서’ 여성 운동이 논의되는 한, 현재의 관객들에게도 유효한 질문이다. [이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