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자주 언급되는 호소다 마모루의 최신작. 전작 <괴물의 아이>(2015)에 이어 그가 직접 각본을 쓴 작품이다. 요코하마에 사는 네 살배기 남자아이 쿤에게 여동생 미라이가 생긴다. 미라이를 돌보게된 서툰 아빠와 출산 후 복직한 엄마는 갓난아기 돌봄에, 일에, 살림에 치여 쿤에게 관심을 주지 못한다. 쿤은 많은 첫째가 그러듯 동생을 향한 질투와 부모를 향한 서러움이 끓어오른다. 그때마다 쿤 앞엔 미래에서 온 여동생 미라이, 과거 속 엄마의 어렸을적 존재 등이 나타난다. 일상 속에 스며든 판타지는 호소다 감독의 특기 중 하나다. 하지만 조금 다른 건 쿤의 환상들이 현재를 드라마틱하게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쿤은 가족의 과거와 미래를 마주하며 조금씩 성장해 간다. 서러운 마음 이면엔 질투가 있음을 깨닫고, 미라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용기를 갖고 자전거 타기에 도전하면서. 이런 쿤의 모습이 나의 어린 시절과 자라면서 숱하게 들었던 “네 엄마도 이랬어” 같은 할머니의 이야기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우리 모두가 그런 시간을 통과하며 자랐다는 뭉클한 메시지가 보는 이의 마음을 조용히 적신다. 놀랄만한 서사적 전환이나 거창한 주제의식보다는 일상의 소중함에 방점을 찍은 가족영화다. 호소다 감독 작품 특유의 실사와 그림을 넘나드는 화면도 작품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선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로 상영돼 따뜻한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다. [김나현]

배리어프리버전 연출 김태균/ 화면해설 내래이션 최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