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로 이름을 알린 박강아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다.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는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던 감독이 관습화된 여성 이미지를 컨셉으로 의상을 입고 화장을 한 후, 타인들의 반응을 지켜보았던 퍼포먼스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에는 감독의 상반된 두 가지 관점이 공존하고 있다. 외모지상주의 혹은 관습화된 여성 이미지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태도가 그것이다. 퍼포먼스는 성공적이었고, 컨셉에 따라 예상했던 반응들이 나왔다. 이 성공은 관습적인 여성 이미지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어떤 비판보다 통쾌했으며, 감독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데에도 기여를 했다. <박강아름 결혼하다>에도 퍼포먼스적 요소가 주요하게 등장한다. 그것은 박강아름 부부가 일주일에 한 번 그들에 집에 한 테이블의 손님만 받는 외길식당 프로젝트가 아니라, 완전히 뒤바뀐 성 역할의 수행이다. 아름은 자신의 영화 공부를 위해 요리사인 남편과 프랑스로 떠난다. 그녀는 곧 임신하고 딸 보리를 출산한다. 영화 초반, 임신과 출산, 여성의 몸에 집중하는 듯하지만 이 영화가 더욱 본격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결혼과 가족제도 내에서의 성 역할이다. 요리사에 불어를 못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와이프와 갓난아이를 둔 남편 성만은 꼼짝없이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의 역할을 맡게 된다. 박강아름 감독이 한국에서 학업을 했다면 볼 수 없었을 이미지와 풍경들, 전복된 성 역할의 퍼포먼스가 시작된다. [권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