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아일랜드 출신의 내성적인 10대 소녀 카밀은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어느 날 SNS를 통해 ‘스케이트 키친’이라는 이름의 또래 소녀들로 구성된 보드 동호회를 알게 되고,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카밀은 동호회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게 된다. <스케이트 키친>은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더 울프백>을 통해 이름을 알린 크리스탈 모셀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으로 모셀은 그동안 여성들의 이야기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자신의 솜씨를 한껏 뽐내며,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영상을 선보인다. 이 영화에서 배우들은 대역 없이 스케이트 보드를 직접 타며, 놀라운 속도감으로 관객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남자 아이들로 가득찬 뉴욕의 스케이트 보드 씬에 등장한 거침없고 겁 없는 소녀들의 질주를 보는 것만로도 영화는 관객의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뉴욕 빌딩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는 여성 보더들의 모습은 힙합씬과 같은 10대 하위문화 속 주요 인물들이 얼마나 성별적으로 치우쳐져 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엄마와의 갈등, 친구들 사이의 우정과 사랑이라는 십대 영화의 주요 소재들이 등장한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던 카밀에게 이제 보드를 타는 것은 수많은 과제를 던지는 일이 된다. 카밀은 자신을 둘러싼 난제들 속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해나갈 것인가? [배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