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멕시코. 영화가 시작되면 소피아가 단장을 시작한다. 멕시코 사교계의 여왕인 그는 아름답고 우아하며 교양이 넘친다. 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의 저택에 모인 사람들 사이를 말 그대로 여왕처럼 누빈다. 모두가 그를 만나고 싶어 하고, 그가 걸친 옷이며 선글라스를 궁금해한다. 넘치는 부와 사교계의 인기를 한 몸에 누리는 소피아. 이제 그의 몰락이 시작된다. 남편의 사업에 위기가 닥치는가 싶더니, TV에서는 연일 페소 가치가 떨어진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사교 모임에서는 누가 파산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온다. 급기야 쇼핑을 하다 카드 결제가 거부되고, 하인들에게서 주급이 밀렸다는 원성이 들린다. 이쯤 되니, 소피아도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멕시코에 닥친 경제 위기의 시커먼 그림자가 자신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걸.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사교계의 우아한 여왕처럼 입고 말하고 행동한다. 영화는 그렇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 짓지만 불안과 두려움으로 타들어 가는 소피아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그 안에, 인간이라는 존재의 나약함과 허세가 투명하게 비친다. 그렇게 발버둥 친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진실을 눈치채고, 그를 전과 다르게 대하는 것마저 막을 수는 없다. 그 속에서, 찬란한 부와 인기에 가려 있던, 아름답지만은 않은 진실과 진심이 튀어나온다. 그 앞에서, 소피아란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몰락할 것인가. 주로 멕시코 상류층을 풍자하는 작품을 써 온 과달루페 로에자의 소설이 원작이다.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세련된 연출과 연기를 즐길 수 있는 작품. [장성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