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재연 극이 거듭된다. 극의 주인공은 패로 제도 출신의 20대 흑인 여성 카트린과 그녀의 할아버지이고 극 중에서 그들은 격렬하게 맞선다. 할아버지가 결혼 전에 임신한 손녀를 비난하자 손녀는 그런 할아버지야말로 위선자라고 소리친다. 배우들의 연기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다. 실제 이 극의 내용의 주인공인 카트린. 자신의 과거를 극으로 다시 마주한 카트린은 테이크가 거듭될수록 배우들의 감정의 세기와 배우들 사이의 대화 방식에 관해 피드백을 주며 몰입해간다. 배우들의 연기가 심화할수록 카트린은 할아버지와 갈등하던 과거 자신을 한 발 떨어져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그때 당시의 자신과 할아버지의 감정과 상황의 결을 곱씹어본다. 이때 영화의 카메라는 카트린의 얼굴에 드러나는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테이크를 거듭하며 집중하는 배우들의 표정을 잊지 않고 포착한다. 과거가, 기억이 '다시' 극화되고, 재연되며, 재생해 현재의 활동으로 살아나는 방식을 시도한 경우이기도 하다. [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