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인 샤인은 결혼 후 교수인 남편의 아파트로 이사를 하지만, 가방의 잠금장치가 고장 나면서 짐을 풀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샤인의 직장 동료인 루가 자살하고, 샤인이 작성한 기사들은 번번이 상사에게서 퇴짜를 맞는다. 결혼이라는 변곡점과 직장에서의 불안정한 지위,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샤인의 삶은 아슬아슬하게 흘러간다. 샤인은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이 위기에 손쉬운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위기를 둘러싼 여성의 삶과 현대 중국의 풍경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빠르게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환경오염과 강제 이주 등에 시달리고 있는 인물들과 대면하며 기사를 쓰고 싶어 하지만, 관료적인 직장 상사도 남편도 그녀가 펜을 드는 것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샤인은 새로운 기사를 쓰기로 결심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떠난 여행은 비현실적 조우들로 가득하다. 샤인의 어린 시절로 추정되는 한 소녀와의 조우, 빠져나올 수 없는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외딴집과 한 남자, 그리고 마을에서 술을 마시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이 비현실적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샤인의 악몽은 끝이 나지 않는 듯이 보인다. 영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세계를 현대의 중국으로 옮겨와 결혼과 임신, 노동이라 는 짐을 안고 있는 여성의 심리를 드러내는 한편, 검열과 관료주의, 무분별한 개발이라는 사회적 이슈들을 은유적으로 제시한다. 샤인은 우거진 갈대숲을 뚫고 나아갈 수 있을까? [배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