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레즈비언 커플인 테리와 티아나는 미국 L.A의 악명 높은 할렘가 스키드 로우에서 생활한다. 마약과 매춘, 폭력으로 묘사되는 스키드 로우에서의 삶. 인생의 다른 국면을 꿈꾸는 테리는 스키드 로우를 벗어날 생각뿐이지만, 생계를 꾸려야 하는 티아나는 그곳의 지하경제에 섞여들 수밖에 없다. 녹록하지 않은 삶의 조건과 생각의 차이 속에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점차 깊어져 간다.

이 강렬한 다큐멘터리가 담아내는 스키드 로우는 미국의 인종차별이 날 것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은신처이기도 하다. 알리나 스케치즈카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키드 로우는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고향이다. 고통 받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서로를 알아본다. 그리고 그곳은 일상적으로 주변화된 사람들이 받아들여진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큐가 스키드 로우와 그곳의 사람들과 만나는 태도는 단순하지 않다.

한 흑인이 스키드 로우에서 이웃들에게 논센스 퀴즈를 낸다. “왜 깜둥이들은 악몽만 꾸게?” 아무도 답하지 않는다. 정답은 이것이다. “꿈을 꿨던 마지막 깜둥이가 총에 맞아 죽었기 때문이지.” 트럼프 시대는 이 세계에 망조가 들었기 때문에 갑자기 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미국의 역사 속에서 등장했다. 그런 미국 사회에서 여성이자 퀴어인 블랙 디아스포라는 꿈 꿀 수 있을까? <블랙 팬서>가 제대로 답하지 못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관객들이 <게임 걸스>에서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손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