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에서 아홉 살 소녀가 마녀로 몰린다. 쫓겨난 소녀는 마녀 캠프에 수용되고 끊으면 염소가 된다는 긴 끈에 묶인 채 살아가야 한다. 소녀는 자신을 착취하여 이익을 얻는 공무원에게 휘둘리며 외부인의 구경거리가 된다. 마녀 캠프의 여성들은 어린 소녀에게 ‘뿌리 뽑힌 자’라는 의미의 술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는 그녀를 보살핀다. 

<나는 마녀가 아니다>는 마녀라는 독특한 소재를 아프리카 여성이 처한 인권과 자유의 문제로 엮어낸 룬가노 니오니의 감각적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은 가공의 공간과 인물을 통해 마녀를 지목하고 배제하는 여성혐오의 사회문제를 블랙유머로 담아냈다. 비현실적 설정처럼 보이겠지만 실제 오늘날 아프리카엔 마녀 사냥이 존재하며 특히 마녀로 지목된 여성 아동 살해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다중의 약자인 소녀들은 더더욱 편견과 비합리, 혐오와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주로 가족, 친척, 마을 사람들 등 가까운 이들에게 마녀로 지목된 아이들은 무참히 살해되거나 공동체에서 쫓겨난다. 가난, 질병, 불행의 원인을 마녀로 돌려 혐오를 통해 불안을 해소하는 방식인 셈이다. 영화는 선명한 이미지, 전형적 인물,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를 통해 미스터리하지만 서글픈 이야기를 건넨다. [송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