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는 나>는 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아니타의 마지막 차차차>로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필리핀의 시그리드 안드레아 베르나르도 감독의 로맨스 영화로, 필리핀 독립영화 중 최고 흥행의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필리핀인 레아는 일본 삿포로에서 투어 가이드 일을 하고 있고,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다. 미뤄지던 결혼은 파경을 맞고, 레아는 충격으로 시력을 잃는다. 절망하고 있는 레아 앞에 나타난 토뇨는 레아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하지만 한 번의 반전을 통해 사랑을 혹은 사랑 받을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시력이 좋고 나쁨과 상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결말에서 레아가 선택한 토뇨를 추억하는 방식은 이것을 깨달았다는 의미이다. 삿포로 구석구석 명소들과 홋카이도의 여러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 일본과 필리핀의 옛 전설들, 미신들, 인형 코스튬과 같은 요소들은 영화를 더욱 이국적이고 신비하게 만들고, 다소 상투적일 수 있는 로맨스에 활기와 매력을 불어 넣는다. [황미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