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짐작하는 대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데보라 엘리스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브레드위너>는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생생히 체험하게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탈레반이 지배하던 2011년의 아프가니스탄. 여자 혼자 밖에 나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아버지가 탈레반에 부당하게 끌려가자 열한 살 소녀 파바나는, 집에 있는 어머니와 언니, 갓난 남동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시장에 나가 물건을 팔아 먹을 거리를 사 와야 한다. 궁여지책으로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하는 파바나. 이제 그가 ‘브레드위너’, 즉 가장이다. 소년 행세를 하며 파바나는 전에 없던 자유를 얻는다. 아니, 아프가니스탄이 어떤 폭력에 둘러싸여 있는지 더욱 넓고 생생히 목격할 기회를 누린다. 그가 여자라는 사실이 점차 발각되면서 그 폭력은 점점 더 거세게 파바나와 가족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파바나는 아버지를 구해 올 방법을 찾기를, 칭얼대는 동생을 달래기 위해 꾸며 내기 시작한 상상의 이야기를 이어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파바나의 이야기 속에서 활약하는 영웅의 모습은, 파바나와 그 가족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을 더더욱 슬프게 비춘다. 단정하면서도 힘 있는 그림의 완성도 역시 무척 높다. 안젤리나 졸리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은 물론, 지난 3월 열린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장성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