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을 앞둔 무용가 남정호의 삶을 담은 작품. 영화는 하자센터에서 남정호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는 열흘간의 일정을 따라간다. 대안 학교에서 제도권 밖의 다른 삶을 준비하고 꿈꾸는 이들과 한평생 제도권 교육 내에서 경력을 일궈온 남정호 무용가와 만남은 그 자체로 묘한 긴장과 기대감을 자아낸다. 남정호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공연을 준비한다. 일명 ‘구르는 돌처럼’. 영화는 한 축으로는 하자 센터에서 땀 흘리며 몸을 움직이는 학생들과 남정호 선생을, 다른 한 축으로는 남정호 선생의 인생 여정을 담는다. 그러면서 과거 남정호 선생이 삶의 무게로 가장 버거웠던 시절과 지금 남정호 선생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절의 두 공연을 겹쳐낸다. 걸치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고 있는 두 남정호는 그때는 옷을 다시 입었고, 지금은 옷을 벗어 주변에서 사용하게 한다. 삶이란, 삶이 걸치고 있는 옷이란, 때론 무거워 벗고 싶지만 다시 입어야만 했고, 때론 벗고 싶지 않지만 이제 벗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지. 영화는 무용가 남정호의 삶의 한 단면을 통해, 인생에 대해, 나이듦에 대해, 나눔에 대해 조용히 짚어낸다. 이 속에는 <야근 대신 뜨개질>로 일상을 섬세하고도 따뜻하게 바라보는 박소현 감독의 특유의 시선이 오롯이 담겨있다. [이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