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본 영화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와 더 필름 파운데이션의 기금으로 앤솔러지 필름 아카이브에 의해 보존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웠던 혁명이 끝나고 10년 후 뉴욕. 집권 여당인 사회당은 느릿느릿 진행되는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굳게 단결할 것을 요구한다. 한편, 여성단체는 이러한 요구에 불만이 많다. 늘어나는 거리폭력과 강간사태를 막기 위해 자경단이 조직되고, \"여성의 군대\"라는 활동 단체는 여성의 실직에 반대하는 투쟁을 지지하고 나선다. 그 과정에서 여성 문제에 대한 홍보가 필요함을 느낀 여성의 군대는 두 개의 언더그라운드 라디오 방송국에 접근한다. 감시와 체포가 빈번하게 행해지며 극이 클라이 맥스를 향해 갈수록 서로 뭉칠 수 없는 듯 보이던 여성단체들이 공통된 목적을 위해 함께하기 시작한다.

영화학자인 테레사 드 로레티스(Teresa de Lauretis)가 ‘게릴라 페미니즘 영화’라고 명명한 작품이자 80년대 미국 독립영화사에서 가장 급진적인 독립 영화로 손꼽히는 작품. <불꽃 속에 태어나서>는 혁명이 성공하고 사회주의 정부가 정권을 잡은 지 10년이 지난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이다. 혁명 이후 뉴욕의 거리와 전철에서는 여성을 향한 성희롱과 묻지마 폭력이 예사로 일어나며 가장 질 낮은 직업과 비정규직은 여성, 유색인종, 소수자들의 몫이 된다. 양육과 가사 등 재생산 노동 또한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의 몰인정 노동으로 당연시된다. 사회주의 혁명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미래를 향한 신념이 서서히 흔들리던 때, 여성 군대(The Women’s Army)를 조직하려 했던 급진적인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애들레이드 노리스가 FBI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언론인, 정치인, 여성 단체 운동가, 해적 라디오 방송국 디제이 등 모든 페미니스트들은 노리스의 죽음을 자살로 은폐하려는 국가에 저항하기 위해 여성 군대를 결성,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방송 안테나를 폭발하는 테러를 감행한다.

 가부장제는 사회주의 혁명 이후에도 지속되며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는 어떤 것도 바뀐 것이 없다. 영화는 이 거대한 주장을 사운드와 이미지의 불일치, 방송 화면과 현실의 교차 편집, 원 쇼트 원 씬, 고정된 카메라와 핸드 헬드등의 대조 등의 방법으로 담아낸다. 강렬하고 빠르며 직접적인 영화의 형식은 여성에게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의 액션을 요구한다. 펑크, 록, 재즈, 힙합, 레게 등 영화에서 등장하는 다채로운 음악 장르는 섹슈얼리티, 인종, 계급 등 다양한 차이를 내재한 여성과 등치된다. 페미니즘은 여성들 간의 이러한 차이를 횡단하여 태워 버리는 ‘불꽃’이다. 페미니스트의 심장을 뛰게 할 고전 영화.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