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두려움 없이>는 아이다 루피노의 공식적인 첫 감독 작품이다. 이 작품에 앞서 감독을 맡은 <원치 않은 임신>(1949)은 감독 엘머 클리프튼이 심장마비로 쓰러지면서 대신 연출을 맡은 관계로 감독 크레딧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려움 없이>는 재능 있는 무용수인 젊은 여성, 캐럴 윌리엄스의 독립과 자아찾기에 관한 이야기다. 캐럴은 공연 투어를 계약하고 안무가인 가이와 약혼을 하면서 밝은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그녀는 행복의 절정에서 소아마비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실의에 빠진다. 걸을 수 없게 된 캐럴은 결국 가이와도 파혼한다. 저예산 독립 영화인 이 작품은,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 통과의 례로서 맞게 되는 인생의 위기, 여성성과 남성성의 젠더 탐구, 심리적 상처의 치료, 여성 주인공을 위로하고 정체성 찾기를 도와주는 비이성애적인 남성 캐릭터의 등장, 누아르적 독백을 통한 여성의 주관적 관점 등 루피노의 개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캐럴은 장애로 인해 무용수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여성성도 상실했다고 생각하기에, 가이와 헤어진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녀는 재활 요양원에서 장애인 남성 렌과 진정한 감정을 교류하지만, 렌은 캐럴의 구애를 거절하고 약혼자인 가이에게 돌아갈 것을 권유한다. 독립적으로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재활에 성공하며,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말하던 캐럴은 가이와의 재결합으로 다시 남성에게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루피노는 가이와 떠나는 캐럴의 모습에 떨쳐지지 않는 불안함을 남기며 이성애적 결합에 대한 혼란스럽고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