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n Premiere

시놉시스
테니스 영재인 플로렌스 팔리는 사랑과 어머니의 야망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사회적 성공에 눈이 먼 어머니는 재능있는 테니스 선수인 딸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애쓴다. 플로렌스는 챔피언이 되고도 행복하지 않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의 계기를 맞게 된다.

프로그램 노트

 고전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스포츠 영화. 플로렌스 팔리는 재능 넘치는 테니스 선수다. 야심 많은 플로렌스의 엄마 밀리는 딸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유명 에이전트에 발탁된 플로렌스는 토너먼트 경기에서 승리하며 승승장구하지만, 엄마가 기업 홍보를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자 혼란에 빠진다. 집에 돌아오기를 바라는 약혼자 고든과 아버지, 그리고 성공과 돈을 위해 자신까지 기만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플로렌스는 갈등한다. 밀리의 주관적인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거칠게, 빠르게, 아름답게>는 그림자로 표현되는 누아르적 미장센이 돋보이는 모성 멜로드라마이다. 이 영화는 흔히 남성 장르로 여겨지는 필름 누아르와 여성 장르로 여겨지는 멜로드라마의 혼종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변화된 젠더 정체성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보여준다. 밀리는 남편 윌의 현실 안주적이고 우유부단한 성격에 지긋지긋해 하며, 딸 플로렌스의 성공에 집착한다. 영화는 1950년대 여성 아마추어 스포츠 세계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통해 미국 문화의 급속한 상업화를 다루는데, 흥미롭게도 여성의 성공과 자본 모두를 거부하는 윌과 고든의 남성성은 스포츠 에이전트 플레처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결국 플로렌스는 어머니를 버리고 고든을 선택한다. 그러나 불안하게 고든에게 기대어 뒤돌아서는 플로렌스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어머니 밀리처럼 뒤늦게 후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루피노 특유의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카메라는 경기장에 홀로 남겨진 밀리를 동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