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토론토국제영화제│2011 베니스국제영화제

시놉시스
1986년 4월 26일. 결혼기념일을 맞은 안야와 표트르 부부. 아들 발레리와 함께 나무를 심는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의 물리학자 알렉세이. 그리고 산림관리인 니콜라이. 하지만 이날 일어난 방사능 유출사고는 자연은 물론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화재 진압에 자원한 표트르는 돌아오지 못하고, 사람들이 떠난 체르노빌은 유령도시가 된다. 10년 후, 니콜라이가 여전히 정원을 가꾸고 있는 그곳에 안야는 관광가이드가 되어 돌아오고 발레리는 아버지의 자취를 좇는다.

프로그램 노트
1986년 4월 인류최악의 원자력사고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이 일어난다. 2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체르노빌은 여 전히 재앙의 다른 이름이다. <망각의 땅>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이름에 가려졌던 그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낸다. 어느 봄날 안야와 표트르는 결혼의 기쁨에 들떠 있고, 알렉세이와 어린 아들 발레로는 나무를 심으며 미래를 그려본다. 하지만 갑자기 일어난 원전사고는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표트르는 발전소 화재를 진압하러 갔다가 행방불명 이 되고, 원전 물리학자인 알렉세이는 방사능에 오염된 도시를 차마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10년 후, 폐허가 된 도시처럼 살아남은 사람들도 삶의 온기를 잃어버린다. 안야는 체르노빌 관광가이드가 되어 고통의 기억을 관광객들에게 소개하 는 역설을 견디고, 알렉세이는 과거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한 채 옛 도시 주변을 유령처럼 맴돈다.
영화는 쉽사리 희망을 말하지도 섣불리 공감을 유도하지도 않은 채 먹먹한 거리감으로 이들을 바라본다. 인물들의 삶을 더듬지만 끝내 의미에 도달하지 못하는 영화의 시선은 일견 미진함으로 비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결론 없는 수렴은 타 자가 가진 상처의 깊이를 측정할 수도, 트라우마적 사건을 완결된 서사로 재현할 수도 없는 심사숙고의 반영에 가까울 것이다. [이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