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토론토국제영화제│ 2013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시놉시스
1962년 런던, 10대 소녀 진저와 로사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두 소녀는 때로는 함께 수업을 몰래 빠져나오기도 하고 헤어스타일은 물론 종교와 정치, 인생의 꿈까지 나누는 소울메이트이다. 하지만 냉전 시대의 성혁명, 핵무기로 인한 대학살의 공포와 같은 급변하는 사회 변화 속에서 두 소녀는 서로의 욕망과 생존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이로 인해 두 사람의 우정은 산산이 부서지게 된다.

프로그램 노트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감독 샐리 포터가 여성주의적 이슈와 캐릭터가 강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데뷔작 <스릴러>와 버지니아 울프의 고전을 영화화해 여성영화의 컬트가 된 <올란도> 를 통해 남성 중심적 영화구조를 해체하고 단숨에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감독이 된 샐리 포터는 아방가르드와 내러티브 영화를 결합하며 여성주의 시각을 배치해왔다. <올란도> 의 서사가 강력한 여주인공의 시점을 통해 전개되었던 것처럼, <진저 앤 로사>의 카메라 역시 10대 여주인공 진저의 시선을 따라가며 영화 내러티브에 깊은 정서적 연루의 감각을 새긴 다. 샐리 포터 자신의 시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저 앤 로사>는 68년 정치 혁명과 페미니즘 운동이 폭발적으로 튀어 오르기 전인 1960년대 초를 배경으로 정치적 좌파 부모 밑에서 성장한 두 소녀들의 정치적 실험과 성적 해방, 여성들 간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자유주의 사상가인 진저의 아버지 롤랜드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무엇도 책임지지 않고, 어머니 나탈리 는 삶이 행복하지 않다. 진저는 세계의 종말이 염려되고, 로사는 멀리 떨어진 정치적 문제보다는 옆에 있는 한 사람을 구원하고 싶다. 영화는 전후 냉전 체제의 핵공포와 정치적 위기를 핵가족의 해체, 개인적 트라우마, 관계적 책임과 윤리의 부재라는 개인 차원의 위기와 연동시킨다. 할리우드 여배우 엘르 패닝이 이상주의자이자 정치적 각성을 통해 페미니스트로 성장하는 진저를, 제인 캠피온의 딸 앨리스 엔글레르트가 진저의 단짝 친구이자 자유주의적 실험을 감행하는 로사를 연기하고, 아네트 베닝은 진저의 페미니스트 롤모델로 등장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외치는 딸, 깊은 연대를 나누는 소녀들의 관계는 60년대 2세대 페미니즘이 어디로부터 출발했는지 그 심정적 근거를 엿볼 수 있게끔 한다. 열정적으로 세상과, 열정적으로 서로와 관계한 소녀들에게 세계는 부서지기 쉽고, 또 어떻게든 붙잡아야 할 무엇이다. 카메라의 시선은 서로를 훔쳐 보는 소녀들의 시선을 뒤따르고, 그녀들이 서로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는 가슴 뛰는 자유이자, 처연한 고통이지만, 또한 시리도록 아름답다. [홍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