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토론토국제영화제
 2011 암스테르담국제영화제
 

 시놉시스
 시베리아와 동경은 일견 완전히 동떨어진 곳으로 보이지만 모델산업의 번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걸 모델 에이전트> 는 두 명의 인물을 따라 가면서 모델 산업의 실정을 그려낸다. 뼛속 깊이 이중적인 가치관을 지닌 모델 스카우터 애슐리는 일본 시장으로 보낼 새로운 모델들을 찾기 위해 시베리아의 시골 구석구석까지 훑는다. 그녀가 발굴한 모델 나디아는 돈을 벌 거라는 굳은 믿음으로 열세 살의 나이에 시베리아 전원 마을에서 동경 한복판으로 떠나온다. 두 사람은 첫 만남 이후 거의 만나지 못하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두 사람의 불가분한 관계를 그려낸다. 금전적 문제에 시달리는 가족들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나디아의 낙관론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는 애슐리가 바라보는 인간을 좀먹는 모델 산업의 부정적 전망과 대조된다.

 프로그램 노트
 \'스위치 모델 에이전시\'는 구소련 지역에서 모델로 활동할 만한 10대 여성들을 스카우트해서 일본 등 해외에 판매하는 일을 한다. 가진 것뿐이라곤 몸밖에 없는 그녀들에게 해외로 일하러 갈 수 있다는 제안은 구소련 지역의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유혹이다. 그러나 수 백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간택\'된 그녀들 앞에 놓인 현실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많은 어린 여성들이 낯선 땅에서 고생만 하다가, 돈을 벌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해외여행을 주선했던 모델 에이전시에 큰 빚을 진 채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모델 에이전시에 의해 스카우트되어 일본으로 일을 하러 간 나디아와 그녀를 스카우트한 애슐리를 번갈아 따라가면서, 이 국제적 \'인신매매\'의 현실을 폭로하고 그 뒤에 놓인 구조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어린 여성들의 이미 지를 게걸스럽게 소비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뒤틀린 욕망을 비판한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파는 것이나 사람에게 자신을 파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애슐리의 진술은 젊은 여성의 육체에 대한 판타지와 여성의 성을 사고파는 행위이면에 놓여있는 욕망의 동학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손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