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북한 포로수용소를 탈출한 육군대위 철호는 월곡마을로 내려가 목사와 그의 딸 숙경의 도움을 받지만, 숙경과 목사가 위험에 처한다. 철호를 숨겨준 죄명으로 목사가 내무서에 끌려가고 숙경은 철호를 산으로 피신기킨다. 산에 숨어있던 철호는 여사령관이 지휘하는 국군 유격대를 만나고 함께 생활하게 된다.

 프로그램 노트
 김묵 감독의 <싸우는 사자들>은 스파이물과 전쟁물을 절묘하게 섞은, 한국 장르영화의 할아버지뻘 되는 작품이다. 아직 6·25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남자 주인공인 김 대위는 적의 공격에서 겨우 목숨을 건지고 유격대에게 구조되는데 이 유격대의 대장이 놀랍게도 여성이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영화에서 여성 인물들이 비중 없는 조연이나 비운의 여주인공을 주로 맡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성 바꾸기를 넘어서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인물을 그려낸다. 지금껏 많은 여성 인물들이 헌신적인 어머니나 어울리지도 않는 ‘여성 대장부’, 또는 이도 저도 아닌 무성적 존재를 연기해왔다면 이 영화 속 대장은 엄격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뛰어난 실력으로 잔인한 전쟁영화 속에 놀라울 정도의 우아함을 불어넣는다.
 그렇다고 그녀가 마냥 인조인형 같은 캐릭터인 것도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구해준 김 대위와 마을 주민 숙경 사이에서 미묘한 삼각관계를 만들기도 하고 쉽게 설명되지 않는 신비스러움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대장의 후손들이 한국영화에 많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워질 것이다. (김보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