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불량배들에게 몸을 버린 인숙이 비관 끝에 음독하고 거리에 쓰러진 것을 택시 운전수인 지희가 구해준다. 또 지희는 애인에게 버림을 받고 거리에서 배회하는 미연을 구출한다. 그렇게 모인 팔도 아가씨들이 한 여관에서 기숙하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서로 돕고 산다. 한편 제대한 팔도 사나이 용팔은 애인 지희를 찾아 다닌다.

 프로그램 노트
 <팔도 가시나이>는 1969년에 흥행몰이를 한 ‘팔도 사나이’시리즈와 맥이 닿아 있다. 이 영화는 전라도 사투리를 멋들어지게 구사하며 주먹 하나로 팔도를 제압한 바로 그 용팔이의 약혼자 지희를 비롯한 여덟 명의 가시나이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용팔이만큼 호기롭고 씩씩한 지희는 택시 운전을 하며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겁탈을 당한 후 바걸이 된 인숙, 사랑의 배신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던 미라 등을 만난다. 이들은 한 여인숙에서 기숙하여 연대하며 새로운 여성공동체를 형성한다. 이렇게 결성된 팔도 가시나이들은 서울 여기저기에서 여성들에게 폭압적으로 대하는 남성들을 도리어 빠른 주먹과 매서운 발차기로 제압한다. 영화는 팔도 가시나이들이 성적인 약자로써 존재했던 당대 여성의 위치에 주목하는 한편, 공동체 결성 이후 남성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의 액션 판타지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 그리고 여기에 지희를 찾아 헤매며 서울의 불량배를 시원하게 때려눕히는 순정남 용팔이도 반갑게 등장한다. 시대의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통과하는 <팔도 가시나이>의 상상력은 몸싸움 액션 수준에서 그치지만, 코믹한 대사들과 여자들이 펼치는 맨손 액션 그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는 빛을 발한다. (김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