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베를린국제영화제
 

 시놉시스
 이리나의 고국은 내전으로 인해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황폐해져 버린다. 충격과 상처에 시달리던 이리나는 베를린으로 떠나오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법체류자의 삶이다. 불법 성매매로 생계를 꾸리던 이리나는 홈리스 펑크족 칼리를 만나게 된다. 어디에도 속할 곳 없이 고독했던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지고, 칼리는 이리나의 집에 함께 기거하게 된다. 그들은 잠시 행복감을 누리지만 곧 엄청난 사건이 두 사람의 사랑을 위협한다. 칼리는 두 사람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프로그램 노트
 우리 주변의 일상 속에 깃든 주제들을 다양하게 펼쳐온 도리스 되리 감독이 이번에는 거대 담론을 포괄하는 주제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2009년 독일의 형법 전문 변호사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가 자신의 의뢰인이었던 범죄자11명의 인생을 엮어낸 동명 소설집의 한 에피소드를 극화했다. 내전 중인 고국을 떠나 베를린으로 온 이리나는 불법 성매매로 생계를 꾸려간다. 베를린 출신 칼리는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정한 직업 없이 모든 권위에 도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펑크족이다. 도리스 되리 감독은 이방인 여성과 사회의 내부자적 외부자인 홈리스 남성의 마주침을 통해관계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려 한다.
 예기치 않은 순간 범죄로 이어지는 이들의 삶의 행보와 함께 영화는 로맨스물에서 아이러니컬한 슬래셔 코미디로, 다시멜로드라마로 전환된다.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고 분절적으로 튀어나오는 희망과 절망, 분노와 잔혹함의 영화적 정서는예상치 못한 순간 관객을 웃기고, 울리며, 놀라게 한다. 인간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견지해온 도리스 되리 감독의 카메라는 2012년 관계 맺기와 행복의 가능성을 움켜지며 절망적 세계 속에서 관객을 위로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홍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