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여러 학문 분야와 연관된 작업을 하는 작가로 활동하는 한 역사학자가 시각과 소리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파헤치고 시각적 인식론의 영향력과 한계를 재검토하게 된다. 그러던 중 부동산 개발로 겨우 건축학적인 온전함을 유지하거나 자체의 외관을 고수하려고 싸우고 있는 위태로운 역사를 가진 한 도시가 재조명된다. 도시의 과거로 접근하는 것이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한지를 자문하는 동안 보고 들은 기억의 파편 하나하나가 역사학자에게 대답이라도 해주듯 숨어 있던 의미를 열어준다.
 
 프로그램 노트
 비주얼 에스노그라피와 초기영화의 트래블로그 방식으로 쓴 대안적 역사. 감독은 사진, 그림, 영화, 뉴스릴 등의 자료를 모아 자신이 사는 도시 홍콩의 역사를 어떻게 쓸지 고민한다. 하지만 남아있는 시각자료들은 우리가 이해하려 하는 홍콩을 흩어놓는다. 홍콩인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할리우드 영화인 <홍콩의 밤>(1934)의 로케이션 장소는 홍콩이 아니라 상하이이다. 한 국가를 이해하는데 시각적 자료들은 엄청난 영향을 준다. 그러나 그 홍콩을 가리키는 시각적 자료들은 어느 것 하나 홍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파편화되고 흩어진 그것 자체가 100년의 영국식민지를 겪고, 다시 중국으로 넘겨진 홍콩의 역사일지 모른다. 비밀에 싸여있고, 때로는 왜곡되고, 무너지기 쉽고, 명멸하는 파편들 자체가 홍콩이라고 감독은 말한다. (조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