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를린국제영화제
 
 시놉시스
 던야는 모로코인으로 라마단, 이맘, 메카 등지에서 성장했다. 데지는 치즈, 나무신발, 튤립 등이 익숙한 네덜란드인이다.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던야는 모로코의 조카와 결혼하기를 바라는 식구들의 소망을 알게 되지만 이에 따르고 싶지 않다. 한편, 임신한 데지는 모로코에 살고 있는 생부를 만나고 싶어한다.
 
 프로그램 노트
 서울국제여성영화제‘새로운 물결’부문의 단골 메뉴 중 하나는‘여성 친구 로드무비’다. 이 영화들에서는 성격이 서로 극명하게 다르지만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두 명의 여성이 짝패가 되어 여행을 떠난다. 올해 소개되는 <던야와 데지>는 네덜란드판‘델마와 루이스’. 화끈하고 놀기 좋아하며 성적으로 개방된 네덜란드인 데지와 사려 깊고 상대적으로 성적으로 보수적인 모로코 이주민인 던야는 어려서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단짝 친구다. 무슬림 문화의 전통을 완강하게 고수하는 던야의 부모는 던야가 나이트 클럽에서 놀기나 좋아하는 데지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불만이며 그녀를 모로코에 있는 친척과 결혼시키려고 한다. 한편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데지는 남자친구로부터 버림받자 그것을 계기로 그녀 자신의 탄생을 원치 않았던 생물학적 아버지를 떠올린다.
 한 명은 원치 않는 강요된 결혼을 위해, 또 한명은 자신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두 친구는 따로따로 모로코로 향하지만 결국 던야는 가족으로부터 탈출해서 데지의 친아버지 찾기 여행에 동참한다. 인종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극적인 갈등과 해결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것은 문화적 차이, 혹은 문화적 충돌 그 자체다. <던야와 데지>에서도 네덜란드 가족과 모로코계 무슬림 가족의 종교관, 도덕관, 가치관의 충돌이 그 서사의 중심에 놓인다. 영화는 거기에 여성 간의 우정, 결혼과 혼전임신, 가족 갈등 등의 주제를 포개놓고,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낯선 풍경과의 조우, 길에서의 깨달음 등 로드 무비의 코드를 끼워 넣었다. 삶의 다음 단계 앞에서 행하는 두 친구의 모험 이야기인 <던야와 데지>는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로드무비다. (권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