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1948년 가을에서 시작하여 1950년 겨울 상하이에서 끝이 난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일명 국공 내전이 한창 일 때 상하이에 선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펑은 상하이의 가장 혼란스러웠던 과거로 돌아가서 당대의 역사를 기억의 저편에서 건져 올린다. 영화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경영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고국 상하이로 돌아온 동창생 세 명, 후롱, 자오바이, 지칸이다. 이 중 후롱과 자오바이는 약혼을 했고 서로 친한 친구 사이지만 각기 원하는 신중국 건설의 지향점과 그 건설 방향이 너무 다르다는 데에서 친구간의 문제가 발생한다. 후롱은 인민에게 중국산 의류를 입히기 위해 아버지의 공장을 사수하는 반미 공산주의자이고, 지칸은 국민당의 경제부에서 일하는 경제학자이며, 후롱의 남편인 자오바이는 외국 언론에 원고를 청탁하는 프리랜서 외신 기자이다. 영화는 당시의 모든 혼란, 금 거래 금지, 인플레이션, 반 국민당 학생 운동, 물가 폭락, 암시장의 성행 속에서 어떻게 과거의 친구들이 반미 공산주의자 여성과 국민당 남성, 그리고 이 혼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찰자 남성으로 나뉘어서 서로를 죽고 죽이는 역사의 수렁 속에 빠져들게 되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오바이를 뒤로 하고 펼쳐지는 오늘날 상하이의 화려한 야경은 그래서 더욱 속이 빈 겉치레 같다. 느와르 영화에서처럼 밤 장면과 뿌연 연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서 암흑 속에 빠진 상하이의 현실과 뿌연 연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 당대 중국의 미래를 표현한 대 서사극.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