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은 너의 전장>은 이라크의 현대사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한 순간, 즉 연합군의 공격 개시를 전후하여 3년간 한 이라크 여성의 삶의 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그 기간 동안 감독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라크 여성 라일라 하산과 소통하며 작업하였는데, 전화와 이메일, 그리고 라일라가 자신을 직접 촬영한 분량까지가 모두 영화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구 미디어가 제공하는 뉴스와는 다른, 그 곳에서 격변기의 바그다드를 실제로 살아내고 있는 수니파 무슬림 여성의 시점에서 바라본 이라크의 현재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전쟁이 이라크에 남긴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슬람 여성과 그 가족들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종교 계파 간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테러가 일상화된 전후 바그다드의 거리에서 여성의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 당한다. 그 혼돈 속에서 라일라는 해외로의 도피를 꿈꾸고 한때 급진주의자였던 그녀의 여동생은 이전보다 보수적이고 종교적으로 변화해 간다. M-TV 등을 통해서 미국 팝 문화를 소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던 아들은 반미 저항집단의 일원이 되어 각종 무기들을 수집해 놓고 있다. 그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모든 희망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재현한 마지막 장면은 어떤 매개 없는 즉각적인 울림을 전해온다. (권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