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연쇄 살인이 발생하고 사건의 장소마다 발견되는 오로라 공주의 스티커. 형사들은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려 애쓰고 이 동안에도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훈계조의 살인은 계속된다. 도심에서 시작된 살인사건은 도시의 외곽으로 이어지고, 번쩍이는 도시의 양면이기도 한 쓰레기장으로 치달으면서 그 외양만 보였던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말끔하고 정리되어 보이는 삶의 이면에 존재하는 개인의 치열한 아픔과, 문명과 질서의 뒤편에 존재하는 도시의 삭막함이 대비되어 드러나면서 그 간극에서 어떠한 비극이 초래되었는지 보여준다.
 이 영화는 스릴러 장르의 규칙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한 여인의 정서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장르 해석을 보여준다.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현재의 사건이 하나하나 짜맞추어질 때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되는 쾌감과 함께, 과거의 상실에서 비롯된 정순정의 복수심과 고통을 섬세히 따라감으로써 그녀의 슬픔과 처절한 복수에 깊이 공감하게 한다. 또한 최근 한국영화에서 주로 광인으로 묘사되었던 스릴러의 여주인공에 모성과 주체성을 함께 입힘으로써 입체적인 인물로 형상화해낸다. 평범과 광기 사이를 오가는 정순정 역할을 맡은 엄정화의 연기 또한 탁월하다. 배우에서 출발한 방은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이효정)